남아공 총선…'30년 집권' 만델라당 위기
과반 의석 확보 실패할 듯
심각한 빈부격차·부패 탓
< 남아공 총선 결과 이르면 1일 발표 > 29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총선이 치러진 가운데 요하네스버그의 크레이홀 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C) 직원들이 투표 용지를 개표하고 있다. 최종 개표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 1일 발표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집권 여당이 총선에서 30년 만에 과반 의석 수성에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 정책) 폐지 후 처음으로 연립 정부가 탄생할 수 있어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사회연구재단(SRF)의 총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지지율은 42.2%로 집계됐다. 제1야당인 민주동맹(DA·21.6%),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이끄는 신생 정당 움콘토위시즈웨(MK·12.4%), 급진 좌파 제2야당 경제자유전사(EFF·10.8%)가 뒤를 이었다.
이날 치러진 총선 결과가 여론조사대로 나올 경우 연립 정부 구성이 불가피하다. 남아공은 대통령이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을 겸하는 대통령제 국가지만,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 투표가 아니라 하원의 간접 투표로 선출된다. 아파르트헤이트 폐지 후 처음 치러진 1994년 총선부터 2019년 총선까지 ANC가 모두 60% 내외 득표율로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대통령도 단독 과반 정당인 ANC 대표가 맡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ANC 득표율이 50% 미만으로 나오면 대통령 선출을 위해 한 개 이상의 정당과 연립해야 한다.
ANC가 이처럼 지지층을 잃은 배경에는 ‘경제적 아파르트헤이트’라고 불릴 정도의 심각한 빈부격차가 있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최근 32%까지 치솟았다. 범죄와 부패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ANC는 그동안 ‘남아공의 국부(國父)’로 꼽히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후광과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반감으로 집권했다.
하지만 아파르트헤이트를 경험하지 않은 청년층에겐 이제 소구력이 없다. ANC 소속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과반 득표를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존 스틴헤이즌 DA 대표는 “이번 총선은 1994년 이후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단독 과반을 확보하는 정당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9시가 넘더라도 그전에 도착한 유권자가 남아 있는 투표소는 투표를 마칠 때까지 연장 운영한다고 밝혔다. 시 마마볼로 선관위원장은 “투표율이 2019년 총선(66%)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줄을 서 있는 모든 유권자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총선 최종 결과는 다음달 2일 발표될 전망이다. 새로 구성된 의회는 총선 결과 발표 14일 이내 첫 회의를 열어 대통령을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