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3중전회 15일 개막…‘샌드위치 중국 경제’ 어떤 해법 담기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대회당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2023년 10월 촬영./AP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가 15~18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미국 중심의 대중국 견제와 재정위기·고령화 등 해묵은 내부의 구조적 문제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중국 경제를 해결할 방안과 중장기 청사진을 내놓아야 하는 자리이다.
20기 3중전회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 지도부가 미·중 패권 경쟁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과학기술자립의 구체적 밑그림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부양책과 지방 정부 부채위기 해결을 위해 약 40년 만에 조세·재정구조가 수술대에 오를지도 관심거리이다.
3중전회는 중국 공산당이 새 지도부를 구성할 때마다 약 1년간 통치해 본 경험을 토대로 중장기 경제정책 청사진을 발표하는 자리이다. 중국 공산당은 5년에 한 번씩 당 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구성한다. 1·2차 전체회의에서 당과 정부 인선이 마무리되면 지도부는 2중전회가 열린 해 가을 3중전회를 열어 향후 5년간의 중국이 나아갈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중국 현대사의 방향을 바꾼 굵직굵직한 변화 조치는 3중전회를 통해 나왔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11기 3중전회), 1984년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12기 3중전회), 1993년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확립과 국유기업 개혁, 대외 개방(14기 3중전회) 등이다.
관례대로라면 지난해 10~11월 3중전회가 개최됐어야 하나 6개월 넘게 미뤄졌다. 3기 지도부가 출범하자마자 친강 전 외교부장, 리샹푸 전 국방부장이 각각 부적절한 처신과 부패 의혹에 휘말려 낙마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공산당 지도부가 관례를 깨고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했으나 마땅한 경제 청사진을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시 주석 1기(2012~2017년) 지도부의 18기 3중전회는 ‘전면적 개혁 심화’를 내걸고 민영기업 중심의 시장 활성화와 부패·토지·호적제도 개혁을 내걸었다. 2기(2018~2022년)에서는 2중전회 한 달 만에 3중전회를 열었다. 당시에는 눈에 띄는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이번 3중전회 개최는 3기 지도부 출범 후 당내 혼란을 어느 정도 수습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3중전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3중전회에서는 관례와 달리 ‘10년 목표 경제정책’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3중전회 개최 일정이 확정되면서 ‘2035년까지’라는 목표가 확인됐다. 중국 지도부가 ‘사회주의 현대화’를 달성한다고 제시한 목표 시점이다. 시 주석이 3연임을 넘어 장기집권하는 것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다분하다.
중국 지도부가 강조하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이 가장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혁신을 통해 경제구조를 첨단산업 위주로 재편해 미국 등 선진국의 기술 제재를 돌파하고, 성장과 분배 문제도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시 주석이 지난해 9월 헤이룽장성 시찰에서 처음 언급했으며, 올해 중국 양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강조됐다.
인공지능, 6G 네트워크, 심해 우주개발, 수소에너지, 뇌과학 등 분야의 첨단과학기술 발전계획과 투자기금마련 방안 등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달 24일 과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십년마일검(십 년을 두고 칼 한 자루를 간다)’는 굳은 결심과 강한 의지로 늘 정진하고 전략적 목표 실현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이신 등 중국 매체들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혁 의제를 주목하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세·재정 개혁방안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1994년 이후 조세 수입은 중앙 정부에 몰아주고 지방 정부는 부동산 판매 수입을 재정의 근간으로 삼아 왔다. 조세부담률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4%로 낮은 편이다.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고 지방 정부의 경쟁적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설계한 제도였다.
지방정부가 재정 조달을 위해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게 부동산 버블의 원인이 됐다. 부동산 장기 불황으로 지방정부 재정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가 어려워졌다. 동북지역 등 재정이 열악한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공무원의 급여를 삭감하고, 버스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조세 재원을 지방정부에 더 많이 배분하고, 지방정부에 집중된 정부 지출을 중앙정부가 일부 분담하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정부가 세수의 100%를 독점하는 소비세 징수 방식 등이 개혁 대상으로 거론된다.
3억명의 농민공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가능케 한 후커우(호적) 제도 개혁과 은퇴 연령 연장, 연금 부담률 변경, 농촌 토지개혁 등도 최근 3중전회 이슈로 현지 매체에 자주 거론됐다.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양적완화 등 대규모 부양책은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고, 지난 1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이 5%대를 기록하며 연간 성장률 목표를 맞출 수 있다고 지도부가 보고 있기 때문이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달 다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몇 년간의 코로나19 충격에서 서서히 회복 중인 중국 경제를 중병에 걸렸다가 회복 중인 환자에 비유하며 “극약 처방보다는 기초체력을 다져 서서히 원기를 회복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인민은행이 2015∼2018년 실시했던 ‘판자촌 재개발’ 같은 프로젝트를 재가동할 수는 있다고 봤다. 인민은행은 당시 3조6000위안(약 680조원)을 풀어 미분양주택을 사들였다. 해당 프로젝트가 실시되면 미분양 재고 10%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조달되며 중국 인구 1.6%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
시 주석 3기 지도부의 외교 인사 문제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높다. 친 전 외교부장의 낙마 후 왕이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1년가량 겸직해온 외교부장 후임 인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류젠차오 당 대외연락부장과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차관) 등이 물망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