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적’ 맞서 착 붙은 ‘두 남자’...9개국 똘똘뭉쳐 ‘반서방세력’ 결집 강화
3중전회서 ‘경제’보다 ‘기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진영의 끊임없는 견제에 놓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라시아 국가와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시 주석이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일 베이징에서 출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시 주석이 SCO 회원국 정상 이사회 제24차 회의 참석과 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 국빈 방문을 위해 베이징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순방 기간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이다. 푸틴 대통령 역시 이번 SC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지난 5월 16일 베이징 정상회담에 이어 1개월 반 만에 재회하는 셈이다.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두 정상은 지난달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한층 속도를 내는 북러 밀착과 한반도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SCO 참여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북·러 조약에는 “일방이 해당한 국제 및 지역기구들에 가입하는 것을 협조하며 지지한다”(제7조)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SCO 정상회의에서는 시 주석의 ‘새로운 안보 프레임’ 윤곽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안보 프레임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중러 회담 직후 SCO 당사국들과 안보 위협·도전 대응 메커니즘 개선 등 협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회의는 중국과 러시아가 반서방 결집에 속도를 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SCO 의장국인 카자흐스탄 대통령실은 이번 회의에서 2035년까지의 SCO 발전 전략 등에 관한 여러 문건이 서명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저우룽 런민대 중양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신흥 경제국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대변하며 글로벌 협력의 흐름이 역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서방에 발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SCO를 통해 세계 다극화를 촉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면서 “전문가들은 베이징과 모스크바가 ‘글로벌사우스(남반구의 개발도상국)’ 국가들과 관계를 깊게 하는 데 관심을 늘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아울러 SCO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다자외교를 진행한다. SCO는 2001년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으로 출범했으며, 이후 인도, 파키스탄, 이란 등이 정회원으로 가입해 현재는 9개국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벨라루스의 정회원 가입이 예정돼 있다. 친중·친러 성향 국가들이 회원국에 참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맞서는 기구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시 주석이 SCO 정상회의 후 오는 15~18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에서 어떤 정책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닛케이아시안리뷰(NAR)는 중국의 중장기 경제 정책과 비전이 제시되는 과거 3중전회 전통과 달리 올해에는 과학기술 부문에 시 주석의 메시지가 집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 지방정부 부채 심화 등 중국 경제 사정이 녹록지 않다보니 이 같은 메시지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중국 과학기술대회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은 큰 진전을 이뤘지만, 원천 혁신 역량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약하고 일부 주요 핵심 기술은 다른 나라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고 과학기술 인재가 부족하다”며 “긴박감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