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핵심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은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파키스탄 총리 4~8일 중국 국빈방문
2단계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논의
중국이 ‘테러와의 전쟁’ 요구할 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중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시발점이었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5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중국을 국빈 방문한 샤리프 총리는 8일까지 베이징, 선전, 시안을 방문하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창 국무원 총리 등을 만날 예정이다.
샤리프 총리의 이번 방중은 파키스탄이 고물가와 부채 위기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파키스탄은 지난해부터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0억달러(약 4조150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고물가 등으로 인해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파키스탄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으로 경제난을 타개하려고 하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이었던 CPEC 2단계 진입이 이번에 중점 논의될 전망이다. 문타즈 발로치 파키스탄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말 브리핑에서 샤리프 총리의 이번 방중은 일대일로 사업에 따른 경제 협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역시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일대일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어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인 CPEC의 업그레이드가 중요하다.
CPEC는 2015년 620억 달러 규모로 출발했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도시 카슈가르에서 파키스탄 남부 해안 도시 과다르까지 잇는 것을 목표로 철도, 도로, 항만 전력망, 송유관, 인터넷 통신망 구축 사업이 진행됐다. 중국이 중동산 원유를 과다르항에서 환적해 CPEC를 통해 운송할 경우 현재 말라카해협을 지나는 1만2000㎞ 거리를 2395㎞로 단축할 수 있다.
일대일로 사업이 파키스탄 경제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부채 위기의 원인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중국은 CPEC 건설에 따라 등 각종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대가로 과다르항 운영권을 40년간 확보했으며, 파키스탄에 경제개발 자금 명목의 막대한 차관을 제공했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일대일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2013년 파키스탄의 대외 부채는 598억 달러였으나 현재는 1240억 달러로 불어났다. 현재 부채 총액 가운데 300억 달러는 중국에 진 빚이다.
중국은 올해 초 만기인 약 20억 달러를 포함해 파키스탄의 대출 상환 기한을 반복적으로 연기해 왔다.
알자지라는 CPEC는 파키스탄인들에게 200만 개 이상의 고용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창출된 일자리는 25만개 미만이라고 전했다. 미국 윌리엄 앤드 메리 칼리지의 선임연구원 아마르 말리크는 알자지라에 “CPEC는 파키스탄의 운송 부문을 개선하고 전력생산 능력을 향상시켰지만 이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파키스탄의 불안한 안보 상황이 문제이다. 지난 3월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샹글라 지역의 카라코람 고속도로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중국인 노동자 5명을 포함해 6명이 사망했다. 중국 업체가 건설 중인 다수 수력발전 댐 현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발생한 테러였다.
일대일로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2018년 이후 파키스탄 전역에서 수십 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살해됐다. 최근 몇 년째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발루치스탄 무장 세력은 일대일로를 중국의 자원 절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중국 내에서도 CPEC 사업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일대일로 사업은 어떻게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국이 자국 노동자의 안전과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테러와의 전쟁’을 요구할 수 있다. 중국 영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5일 샤리프 총리 방중 소식을 다룬 기사에 다수 자살폭탄 테러를 언급하며 “대테러와 CPEC의 안보 보호도 주요 초점”이라고 전했다.